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리한 일상 중 어느 날 갑자기 떠나게 된 중국해외연수.
정신
없이 인천공항으로 떠난 그날 아침이 벌써 3주가 지났다. 다시금
그 지리한 일상속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아있지만 2박 3일동안의
짧지만 감동적이었던 그 시간들은 아직 나에게 변화에 대한 희망을 준다.
어찌
보면 단지 짧았던 여행이었지만, 내 의지가 아닌 일종의 행운으로 주어진 그 시간들은 사람들의 눈치와
나 자신의 죄책감 등을 모두 배제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사실
난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해외여행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염성과
소주는 평생 가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상해는 언젠가는 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염성공항에 내려 처음 보게 된 풍경은 예상과 달리 꽤나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본 해외라면 미국밖에 없던 나는 중국의 풍경은 우리나라와 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에서 갑자기 동행하게 된 중국 해외연수생들과의 짧은 만남은 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곳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었고, 나의 시작은 어떠했는지 돌이켜보게 해줬다. 해외연수의 첫 코스인 기아자동차, 모비스 공장 견학은 말로만 듣던
중국에서의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의 현장을 맞닥뜨리게 된 경험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앞으로의 일들을 예상할
수 없지만 그다지 밝지 않은 전망은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첫날의 첫 식사, 드림힐 현지 직원분의 남편이 직접 운영하는 그 음식점은 중국의 로컬 음식점 그 자체이리라 생각한다. 신경을 써준 덕인지, 내가 그 입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나 라는 작은 걱정거리를 불식시켜주었다. 우연인지.. 첫 행선지인 염성은 동희의 공장이 있는 곳이었기에 동행한
과장님, 그리고 현지 주재원들과의 작은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주재원들의 일상에 잠시 끼어들 수 있었던 경험이었고, 먼 훗날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를 일상을
엿보고 온 기분이었다.
두번째
날의 행선지, 소주. 여행을 떠나기 몇주 전 집에서 저녁을
먹고 무심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졸정원에 내가 오게 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화면으로 봤을 때와는 다르게 그 규모와 분위기는 나의 예상 밖이었고 아름다웠다. 중국은 스케일이 다르다더니..
이번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산탕제. 그곳은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전통 건물의 지붕을 따라 둘러진 조명과 외벽을 향해
쏘아지는 하얀 빛, 그리고 거리를 수놓은, 마치 부처님 오신
날인듯한 연등들은 내가 좋아하는 이국적인 향취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이곳에 있던 시간들이 너무
짧아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나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게 해준 거리다.
첫날
주재원들과의 일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던 여행 팀원들과의 작은 술자리를 이날 밤엔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동종 업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놀랍기도 하지만 동질감도 느꼈던 것 같다. 이 즐거운 분위기는 연수를 진행했던 김기희 대리님의 기탄없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정신
없게도 벌써 마지막 날의 일정이 시작됐고, 드디어 그 유명한 상해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상하이.. 처음 맞닥뜨린 풍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동방명주였다. 중국스러운 구조물 그 자체.. 저것이 밤에
뿜어낼 풍경을 실제로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 상하이의 거리는 익숙한 듯 낯선 듯, 아이러니하게도 맨하탄의 어느
거리를 연상케 했다. 아, 내가 가본 곳이 맨하탄밖에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면서 3주전의 그날들로 다시 돌아가버린 기분이다. 어떡하지, 난 지금 회사인데..
이 모든 의외의 시간과 경험을 선사해주신 드림힐과 김기희 대리님, 오화비 과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